조직에 의한 구매 행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최종 소비자가 자신의 개인적 소비를 위해서 구매하는 행동과는 구별되는 점이 많다. 아래에서는 양자 사이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 구매자 해동의 특징에 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1. 합리적이다
조직구매자 행동의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 있다면 합리성일 것이다. 조직 구매자의 구매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여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했으며 모인 정보는 신뢰할 만한 질을 갖추고 있는가? 둘째, 의사결정이란 둘 또는 그 이상의 대안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대안들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때 대안 평가에 동원한 기준이 경제적이고 객관적인가? 셋째, 구매 의사결정 과정의 각 단계를 얼마나 착실히 경유하여 최종 결정에 도달했는가 하는 점이다. 구매 의사결정을 하려면 제품 및 점포 등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것을 바탕으로 구매할 제품 대안들과 점포 대안을 평가하여 대안 각각에 대한 태도가 형성된다. 그리고 별다른 여건상의 변화가 없는 한 가장 긍정적인 평가와 태도가 형성된 브랜드를 선택, 구매하게 된다. 이때 정보수집 단계와 구매단계는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략될 수는 없지만, 대안을 평가하고 태도를 형성하는 단계는 종종 생략되는 경우가 있다.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안 평가 및 태도 형성단계가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의사결정이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 단계가 생략되거나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의존한 결정은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간주한다. 조직에 의한 구매 의사결정은 위의 세 가지 관점 중 어느 관정에서 보아도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비해 합리적이다. 조직 구매는 합리적 일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모든 조직은 반드시 그 조직이 설립된 취지와 목적이 있다. 그리고 목적을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려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기업 조직에서 뚜렷하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이며 이것은 다른 어떤 조직의 목적보다도 선명하고 계량적이며, 목적을 성취하려는 동기 또한 다른 어떤 조직보다 강하다. 따라서 기업은 매년 의욕적으로 설정한 이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생산의 효율 및 비용 절감, 또는 이중 어느 하나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구매에 관한 결정에 대해 그만큼 신중히 처리할 수밖에 없다. 원료와 생산설비를 잘못 선택하면 생산능률이나 제품 품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커지며, 생산원가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은 구매에 관한 합리적인 방침과 절차를 사전에 정해 놓고 이에 따라 구매하도록 함으로써 구매와 관련된 비합리적인 결정이나 행동을 예방한다. 그리고 규모가 큰 회사들은 구매부서를 이익 단위로 독립시켜 스스로 손익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조직하고 있다. 위에서 조직에 의한 구매 의사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조직 구매가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며, 언제나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조직의 구매 결정이라 할지라도 역시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감정이나 주관이 완전히 배제될 수가 없다. 구매에는 많은 이권과 유혹이 개재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부정이 종종 발견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러한 사실이 입증될 수 있다. 그리고 주요 생산설비를 구매할 때와 사무용 문구를 구매할 때의 합리성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 두 종류의 제품을 잘못 구입했을 때 그 기업의 이익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전문적이다
구매자로서 조직은 소비자와는 다르다. 앞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조직은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효율을 추구하므로 최소한의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조직의 구매는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의 가격과 품질에 영향을 미쳐 궁극적으로는 이익의 수준을 결정한다. 따라서 구매기능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되도록 낮은 값에 가장 이상적인 품질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구매할 제품과 그 제품을 판매하는 공급업자에 대하여 파는 사람 못지않게 다양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때문에 기업은 생산뿐만 아니라 구매 목적을 위해서도 전문인력을 고용한다. 때로는 전문인력을 고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구매할 제품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실험설비나 도구가 필요할 때도 있다. 기업은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도 실험실을 활용하지만 구입할 원료나 부품 등의 성능을 점검해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구매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받기 위한 목적으로도 실험설비 및 인력을 동원한다. 전문적인 구매를 하는 기업 중에는 이른바 원가분석이나 가치분석 등을 실시한다. 원가분석은 구매할 품목의 생산원가를 분석하는 것으로 공급업자와의 가격 흥정 시 기초자료를 제공한다. 그리고 원가분석의 결과 그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는 품목 가치분석을 해 본다. 가치분석이란 해당 품목의 원자재 대체, 생산공정의 단순화, 디자인의 단순화 가능성 등을 분석, 검토하여 품목 자체의 생산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기법이다.
3. 집단적 구매 의사결정을 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가족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품목을 구매할 때는 두 사람 이상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예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가정의 분위기가 민주화되면서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구매 의사결정에는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특별히 그 참여의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높다. 첫째, 중요한 구매에는 보다 많은 사람이 그 결정에 개입한다. 여기서 중요한 구매란 혁신적인 원자재처럼 구매할 제품이 조직의 경제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되는 품목이거나 값비싼 생산설비와 같이 그 품목을 구매하기 위하여 막대한 금전적 지출을 해야 하는 구매를 의미한다. 둘째, 조직이 과거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구매라면 좀 더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고 이때 연구개발부서, 생산부서, 구매부서는 물론 기획부서, 심지어 마케팅 부서의 기술 및 관리직 인력들이 골고루 참여할 수 있다. 첨단기술의 생산설비를 처음으로 구입하는 기업은 아마도 그 결정을 위해서 전사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물론 대학이나 연구소의 자문을 구하는 것까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구매 의사결정의 참여 범위는 조직의 규모나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규모가 크면 자연 경영진의 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배경도 다양하고 전문적인 식견도 높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요한 구매 의사결정을 할 때는 이들의 지혜가 동원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수의 전문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구매 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대체적 분위기가 모든 일에 의견수렴을 적극적으로 하고 보다 많은 사람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허용하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분위기라면 구매 의사결정은 물론 다른 경영활동에도 참여의 폭이 넓을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위의 세 가지 조건이 구비되지 않은 경우라도 조직, 특히 기업에 의한 구매 결정에는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4. 구매패턴에 차이가 있다
조직구매자의 구매패턴은 구매량 및 빈도, 직접구매, 상호구매, 그리고 흥정 기법 등의 측면에서 소비자 행동과 차이가 있다. 구매량 및 빈도 측면에서 조직 구매자는 개인이나 가계의 소비를 위하여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나 많은 소비자를 위하여 구매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할 목적으로 원자재, 부품, 설비, 도구 등을 구매한다. 따라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조직 구매자는 합리적이므로 불필요하게 많은 양을 구매하여 과다한 창고비 지출을 초래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조직 구매자는 일정한 기간에 필요한 양을 예측한 후 다소의 안전재고를 가산하여 구매량을 산출하는 등 필요 이상의 재고를 갖는 것을 가급적 피한다. 특히 공급업자의 신뢰도가 높고 구매할 품목이 시장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경우엔 재고를 과다하게 보유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조직 구매자가 1회 구매량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생산계획에 의한 소요량에만 근거하는 것은 아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면 수량 할인의 혜택도 받을 수도 있고 수송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문량을 결정할 때는 주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득실 요인을 고려하는 것이 상식이다. 조직 구매자가 소비자의 구매에 비해 많은 양을 구매한다는 것은 곧 구매가 그만큼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조직 구매자는 소비자와 비교하면 저장설비와 저장관리 능력 면에서 월등하므로 가끔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직접구매 측면은 조직 구매자는 필요한 품목을 생산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려는 경향이 있다. 직접 구매함으로써 우선 중간상인이 취할 마진만큼 구매 원가를 절약할 수 있고, 생산자와 직접 거래함으로써 공급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대형 고객과 직접 거래하면 유통경로를 관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고, 조직 구매자가 구매해 가는 물량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조금도 불리한 것이 없다. 따라서 생산자도 오히려 직접 거래를 바라는 입장이며, 실제로 대부분의 제조기업은 영업부서 내에 이른바 특판 부를 두어 조직 구매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상호구매 측면은 언젠가 모 자동차 회사가 자사의 경쟁회사에서 만든 차를 타고 들어오는 납품업자의 출입을 막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한쪽이 상호구매를 강요한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조직 구매, 특히 산업 구매에서 상호구매 현상은 빈번하게 발견할 수 있다. 상호구매란 A가 B의 상품을 사주면 B도 A가 생산 또는 판매하는 상품을 구매해 주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A 자동차 회사가 B 타이어 회사로부터 타이어를 사주는 대신 B 타이어 회사도 A사의 자동차를 구매해 주는 경우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상호구매 현상은 시장에 경쟁이 심하거나 불경기 때 특히 성행한다. 그러나 특정 기업이 자기 구매력을 무기로 해서 납품업체에 상호구매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납품업체에 부담을 주는 일이 되어 장기적으로 부실한 상품을 납품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비자발적 상호구매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규제의 대상이 된다.
5. 수요의 성격에 차이가 있다
조직구매자는 수요의 성격 측면에서도 소비자의 수요와 차이가 있다. 특히 조직 구매자의 수요는 유발된 수요이며, 복합 수요이고, 수요가 가변적이라는 점에서 소비자의 수요패턴과 차이가 있다. 파생수요는 조직, 특히 산업체에서 구매하는 품목에 대한 수요는 그 품목을 원료로 해서 생산되는 제품으로부터 유발된 수요이다. 예를 들면 포장 용기로서 병이나 알루미늄 캔에 대한 수요는 주스 등 음료수에 대한 수요에서 유도된다. 여름철 날씨가 뜨겁고 무거운 날이 많아 음료수 매출액이 많이 올랐다면 용기에 대한 수요 역시 증가하나, 반대로 여름이지만 비가 자주 내리고 이상저온현상을 나타내 음료수 판매고가 뚝 떨어진다면 용기에 대한 수요도 격감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이다. 이렇게 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상품에 대한 수요로부터 연유되는 것을 파생수요라고 한다. 복합 수요는 어떤 제품을 생산할 때 둘 이상의 원자재나 부분품을 함께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예를 들면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와 잉크가 동시에 필요하며 연필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나무와 연필심을 구성하는 탄소 등 원자재가 소요된다. 이렇게 단일 원자재나 부품으로 구성되는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원료나 부품에 대한 복합 수요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가변적 수요란 조직 구매자에 의한 수요는 변화의 폭이 대단히 넓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공장 설비나 도구의 경우 더욱 심하다. 이렇게 산업재에 대한 수요에 변화가 큰 이유는 이상에서 언급한 바 있는 조직 구매자 수요의 특징, 파생수요와 복합 수요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직 구매자에 의한 수요는 수직적으로는 다른 제품에 대한 수요로부터 파생되고, 수평적으로는 복합적으로 소비되므로 한마디로 말해서 다른 제품의 수요와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 전체의 경기나 기타 경제 여건에 따라 그 수요의 폭이 크게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자 수요가 10% 증감할 때 이와 관련된 산업재에 대한 수요는 무려 40%까지 증감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가속의 원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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